방송일시 : 2006. 10. 16(월) 밤 11:00~11:50
연출: 서 준, 박태준 / 구성: 이선우, 조정윤
# 나의 살던 고향은
‘없이 살았어도 고향에서 사는 게 좋아요. 고향 동네에서 살면 마음에 자신감도 있고... 지금 고향 자리 가서 봐도 마음이 좋지 않아요. 물만 찰랑찰랑 해서, 그런 고향 가봤자, 마음만 쓸쓸해요.’
인간의 치수 목적으로 건설되기 시작한 댐.
우리나라 댐의 수는 총29개. 작은 저수지까지 포함한다면 1만 8천여 개에 이른다. 하지만 이러한 건설 이면에는 생존 터전을 잃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개발이라는 이름의 그늘에 가려졌던 수몰민, 그들의 삶의 애환. 이번 하나뿐인 지구 ‘나의 살던 고향은’ 에서는 개발로 인해 고향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 수몰을 앞둔 사람들, 그리고 개발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생존을 위한 외침
2006년 9월 12일.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피켓을 들고 묵묵히 1인 시위를 하는 사람이 있다. 철원군 이평4리 이장 류선경씨. 정부의 한탄강 댐 건설을 반대한다는 것. 지난 99년부터 시작 된 한탄강 댐 건설 논란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수몰 예정지인 연천군과 댐 위쪽에 위치한 철원군 모두 이 논쟁의 중심에 서있다. 개발이라는 명분 아래 가장 기본적인 생활조차 방해 받아온 사람들. 개인의 삶은 묻혀진지 오래다. 지난 7년여의 시간 동안 이어진 논쟁에 그들은 지쳤다. 개발의 사선에서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그들의 외침을 들어본다.
● 지워져 가는 흔적들
얼마 전까지 동네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웃음꽃을 피웠을 느티나무 그늘. 반가운 편지를 받아 보았을 우편 수취함. 집집마다 감나무에선 붉은빛 감들이 수확을 기다리고 있는데. 하지만 경북 청도 성곡리 마을엔 쓸쓸한 적막만이 감돈다. 한때는 사람이 살았던 마을이지만 이제는 그 흔적만이 남아있다. 농수 확보를 목적으로 건설 중인 성곡댐. 일대에 25만평 규모의 저수지가 생긴다. 저수지 속에 잠기게 될 마을 중 하나인 성곡2리. 현재 대부분의 주민들은 이주를 마친 상태이다. 바로 위 마련된 이주 단지로 옮긴 사람들도 있고 타지로, 자식들을 따라 대도시로 떠나간 사람들도 있다.
제작진이 찾은 마을에서는 전선 철거 작업이 한창 이었다. 이미 폐허로 변해버린 집들. 빈집에 버려진 시계는 멈춰진지 오래다. 지금 성곡리에서는 하나둘 사람의 흔적이 지워져가고 있다.
● 물속에 잠긴 고향
전라남도 장흥군 유치면. 96년부터 시작 된 댐 건설은 올해 6월에서야 준공되었다. 댐 건설로 인해 그 일대 20여개의 마을은 호수 아래로 영원히 잠겨버렸다. 이제는 호수 주변에 세워진 망향비 만이 한때 사람이 살았던 흔적을 보여주는데...
올해 추석에도 벌초를 하기 위해 배를 이용해야하는 김경곤씨 부부. 할아버지의 묘가 호수 건너편에 있기 때문이다. 마을이 물에 잠기기 전에는 쉽게 오고 갔을 길이지만 이제는 명절이 되어야만 찾아오는 연례행사가 되었다.
매주 토요일. 장흥 시내에서 열리는 정남진 토요시장. 모여드는 사람들 대부분은 노인들이다. 흥겨운 장터이건만 뒤편에 따로 자리를 잡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있다. 수몰지역에서 온 이주민들.
그나마 고향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은 토요시장 뿐이라고. 터전을 잃은 그들에게 타관에서의 생활은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