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식량 생산, 논의 직선화, 그리고 인간 위주의 농사는 논이 가진 생명성을 파괴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물이 고인 논을 늪으로 인식하고, 그리하여 다양한 생물들이 공존하는 생명공간으로 인식하는 사고의 전환이 이뤄져 오고 있다.
특히 2008년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 람사 총회’를 앞두고 유기 벼농사를 통한 습지 생태계의 보존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본 미야기縣 오사키市의 카부쿠리 늪과 그 일대 논들은, 지난 2005년 논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람사협약에 등록됐다. 늪지대의 범람으로 농사를 포기할 처지에 있던 이곳 농부들이 농사에서 삶의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 것은 바로 겨울이면 찾아오는 쇠기러기 떼 때문이었다. 농사의 천적이었던 쇠기러기 떼를 환경농업의 상징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이곳 논에서 생산된 ‘쇠기러기를 살리는 쌀’은 기러기뿐만 아니라 마을을 살려내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런 상승효과 덕분에 농부들은 겨울에도 논의 물을 빼지 않는 무논을 지켜가고, 카부쿠리 늪에 찾는 기러기들이 겨울 무논으로까지 삶의 공간을 넓히게 된 것이다. 카부쿠리 늪 주변 논 역시, 사람보다는 다양한 생명체들이 김매고 제초하는 자연의 논, 공존의 논인 것이다.


4. 논은, 공존의 공간이다.

논은 벼를 생산하는 공간을 넘어, 수서생물과 조류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벌교의 강대인 씨 논이나, 홍성 논에서 만난 물떼새, 제비, 백로, 황로, 실지렁이, 잠자리, 메뚜기, 물자라 등 수많은 생물들은, 논이 없다면, 설 곳을 잃고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물이 찰방대는 논, 이제 그 논을 생명의 터전으로, 공존의 공간으로 다시 되새겨 볼 때다.

하나뿐인 지구에서는, 공존의 공간으로 거듭나는 논의 생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알을 잔뜩 짊어진 물자라, 유유히 논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백로들, 사랑하고 경쟁하는 메뚜기와 잠자리들, 그들의 사랑과 먹고 먹히는 치열한 삶의 공간인 논. 8월 7일, 하나뿐인 지구, ‘논, 생명보고서’에서는 쌀을 재배한다는 단일 작물의 독점 공간을 넘어, 다양한 생물이 공존하는 생명의 우주인 논을 만날 수 있다.